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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남원에서 찾은 `소고기회` 참맛!

정동인 2009. 6. 8. 16:13

 

(우리식당 신관)

 

#1.육회비빔밥

 

남원경찰서 앞에서 ‘우리식당’ 모른다고 말하면 안 된다. 간첩으로 잡혀간다. 남원에서 우리식당의 지명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헌데 외지 사람에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는 듯하다. 포털에서 남원 우리식당을 검색해 보았지만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철저히 맛이 없거나 철저히 숨어있거나 둘 중 하나일 터.

 

하지만 맛이 없을 리는 없다. 택시 기사에게 육회비빔밥을 물어보면 십중팔구 우리식당을 추천한다. 30년 내력의 식당이란 말도 덧붙인다. 그점만으로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지방 소읍에서 30여년 세월을 보내며 업을 이어간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름의 손맛과 내공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맛집을 왜 남원사람들만 알고 있는 것일까? 분석해 보건대 막강 추어탕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남원에 들러 추어탕이나 백반은 먹어도 육회비빔밥 먹을 생각은 못하는 게 보통 사람들 생각이다. 맛객 역시 이번에 내려가서 정보를 얻기 전까지만 해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사설이 길었다.

 

 

(구) 우리식당

 

광한루원 광장에서 광한서길로 이동하시라. 길 오른쪽 편에는 목기나 전통공예품을 파는 기념품상가가 있다. 시간이 난다면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도 된다. 왼쪽으로는 식당가인데 월매추어탕이 보이고 조금만 더 걸으면 우리식당이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어느 날까지 장사를 했던 (구)우리식당이 아직 간판을 떼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위치는 새로 이전한 장소인 셈이다.

 

우리식당에서 일 하시는 분들은 계산대와 도우미 한 분 정도만이 40대로 보일뿐,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들이시다. 상업적인 때가 덜 묻을 수밖에 없다.

 

 

(육회비빔밥의 가격은 5,000원이다. 찬물은 가공식품이 아니라 모든 게 자연에서 난 것들이다. 지방 음식점들의 특징이다)

 

육회비빔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5천원이지만 5천원 이상으로 나온다. 육회비빔밥에 맑은선짓국이 짝을 이룬다. 여기에 콩자반, 파김치, 배추김치, 미역무침, 더덕무침, 얼갈이나물, 버섯나물이 차려진다.

 

 

(생 파김치, 맛객이 좋아하는 김치여서 찬물을 대표해 올린다 ^^; )

 

 

(맑은 선짓국)

 

 

(육회비빔밥)

 

 

(고추장을 들추자 소고기가 보인다)

 

 

(비비는 중)

 

 

(먹기 직전) 

 

비빔밥에는 쇠고기가 중심을 잡고 무생채와 콩나물, 미나리, 김가루가 들어가 맛을 돋군다. 고추장을 살짝 들추니 선명한 붉은색을 띈 쇠고기살이 드러난다. 한눈에 봐도 선도가 있어 보인다. 젓가락으로 쇠고기만 집어 씹어보니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간간히 약간의 씹힘성이 있는 부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생선횟밥속의 회와 차이가 별로 없을 정도로 살살거린다. 오히려 무생채와 콩나물의 식감이 도드라져 쇠고기의 질감을 방해할 정도이다. 때문에 무생채의 굵기를 보다 가늘게 하거나 아예 숙나물로 내놨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맛객의 미각 투정일 뿐이고 신나게 먹으면 한 그릇이 달게 느껴질 맛이다.

 

무와 내장, 선지를 넣고 끓인 맑은 국 또한 육회비빔밥의 맛을 돋구는 데 한 몫 한다. 비빔밥이 몇 숟가락 남을 즈음에 식사를 하던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건다.

 

“머리를 이쁘게 묶고 돌아다녀 봐. 다 쳐다 볼 거야”
그러자 또 다른 할머니가

“텔레비에 나온 무용수 닮았어.”

그러자 또 다른 할머니가

“아냐, 사진작가야.”

맛객의 외모가 특이하긴 하나보다. 저마다 내놓는 인물촌평이라니. 에이 화제를 돌리자.

 

“이거 한우예요?”
“예~”
“고기는 어디서 가져다 쓴다구요?”
“직접 해. 우리가 소를 사다가 일꾼들이 잡아가지고 갖고 와.”

 

이 집의 소고기가 인기 있는 이유를 알았다. 잡아놓은 소고기를 구입하는 게 아니고 한우를 직접 사서 잡은 것이기에 믿을 수 있고 선도도 좋다는 얘기다.

 

 

 

메뉴판에 ‘육사시미’ 라는 메뉴가 있다. 악플이 걱정된다면 ‘소고기회’ 쯤으로 순화해 부를 일이다. 비빔밥을 먹을 때부터 소고기회를 맛보고 싶었는데 마침 할머니가 말을 걸어주시니 이때다 하고 부탁드렸다.

 

“사시미도 맛있어요? 한 만원어치만 주실 수 있어요?”

“사시미 만원어치는 안 팔아 젤 작은 게 2만원이여.”
“그걸 혼자 어떻게 다 먹어요?”

 

다른 할머니가 묻는다.
“지금 여기서 잡숴 보실라고?”
“예.”
“밥을 잡숴서 맛이 없을텐디?”
“아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맛은 보고 가야죠.”

 

해서 소고기회를 맛보게 되었다. 원 가격은 3만원과 2만원이지만 혼자서 먹기엔 2만원도 부담이다. 더군다나 비빔밥까지 비웠으니 말이다. 혹, 육회와 소고기회를 같은 음식으로 알고 있지는 않은지? 같은 음식은 아니다. 육회는 도시에서 주로 먹는다. 가운데 빨간 달걀 노른자가 눈길을 끄는 육회는 배 채와 함께 양념으로 무쳐서 먹는다. 그렇기에 일부 업소에서는 냉동육으로 내놓기도 한다. 소고기회는 생선회처럼 양념장에 찍어서 먹는 방식이다. 그야말로 선도가 좋아야 하기 때문에 갓 잡아서 오래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2. 소고기회

 

 

(소고기회 한 점, 일본인들이 이 맛을 알려나)

 

 

(소고기회를 양념장에 찍고 있다. 양념장은 고추장에 간 마늘과 참기름을 섞은 것이다)

 

얇게 저며 썬 소고기회가 나왔다. 고추장에 간 마늘을 넣고 참기름을 두른 양념장도 따라 나온다. 육질에 지방이 전혀 없는 부위를 소고기회로 먹는다. 입에 가져가면 소고기 특유의 풍취가 살짝 느껴지지만 누린내는 아니다. 이내 양념소스의 풍미가 소고기 향취를 감싼다. 그리고 잇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란.


혹, 오도리로 불리는 보리새우 미각을 기억하는가? 팔딱거리는 놈을 껍질 벗겨 이로 물었을 때 근육의 수축이 이에 전해지는 느낌. 그 탄력에서 약간 세다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1킬로 2백 나가는 제주도산 광어 꼬리부위를 씹는 질감과 거의 흡사하다. 아. 이 맛이구나! 이게 소고기회의 참맛이구나.

 

쫄깃함과 탄력의 경계에 있는 소고기회가 잇새에서 주는 미각의 즐거움이 아주 그만이다. 한 점 한 점이 이뻐 보인다. 고향집에 온 듯한 기분이다. 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을 먹을 때의 편안함과 행복을 느꼈다면 말 다한 건가? 여기에 우리 복분자로 만든 와인 한잔을 곁들여 볼까? 이 순간만큼은 미각의 행복을 다른데 가서 찾을 일이 아니다.  2007.9.14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옥호 : 우리식당

전화 : 063) 625-4465

주소 : 전북 남원시 금동

메뉴 : 육회비빔밥 5천원. 곰탕 5천원. 소고기회(육사시미) 3만원, 2만원. 육회 3만원, 2만원. 등심(200g) 1만8천원 등

위치 : 광한루원 서문 앞, 기념품상가 맞은편)

 

출처 : 맛있는 인생
글쓴이 : 맛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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